서울의 새로운 수상 대중교통인 한강버스가 2025년 9월 18일 정식 개통했습니다. 첫날 4,361명의 시민이 이용하며 80.3%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고, 시범 운영 기간 81%의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개통 첫 주부터 화장실 고장, 선박 고장, 기상 악화로 인한 운행 중단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며 향후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17년간 실패한 서울 수상택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해외 성공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한강버스의 현재와 도전 과제
한강버스는 마곡에서 잠실까지 28.9km 구간을 7개 선착장으로 연결하는 수상버스 서비스입니다. 성인 요금 3,000원으로 일반 버스와 동일하게 책정되었고, 기후동행카드 사용 시 월 67,000원에 무제한 이용이 가능합니다. 현재 하루 14회(왕복 7회) 운행 중이며, 10월 10일부터는 평일 30회, 주말 48회로 증편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초기 운영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당초 계획된 출퇴근 시간대 15분 간격 운행은 1-1.5시간 간격으로 축소되었고, 일반 운행 소요시간도 약속된 75분에서 127분으로 늘어났습니다. 가시거리 1km 미만이거나 팔당댐 방류량이 초당 3,000톤을 초과하면 운항이 중단되어 연간 약 20일은 운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정 면에서도 우려가 큽니다. 초기 예산 5,420억원에서 현재 1조 7,500억원으로 222% 증가했으며, 연간 운영비 2,000억원 중 요금 수입은 500억원에 불과해 매년 1,5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운영 수익의 80%를 터미널 상업시설(카페, 식당, 편의점)에서 충당하는 구조로, 순수 교통수단보다는 관광 상품에 가까운 수익 모델을 채택했습니다.
과거 서울 수상택시의 실패 교훈
2007년부터 2024년까지 17년간 운영된 서울 수상택시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하루 예상 이용객 19,500명 대비 실제 이용객은 113명(2011년)에 불과했고, 2023년에는 연간 통근 이용객이 단 26명이었습니다.
실패 원인은 명확했습니다. 한강 고수부지의 지리적 특성상 지하철역에서 15분 이상 걸어야 했고, 45도 급경사 계단을 올라야 했습니다. 5명 이상 단체 예약만 가능한 통근 요금제, 겨울철 비공식 운휴, 세월호 참사 연루 업체 운영 등 운영상 문제도 컸습니다. 무엇보다 강남북을 잇는 단거리 노선으로 설정되어 기존 대중교통과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한강버스는 이런 문제를 개선했습니다. 동서 간선 노선으로 변경하고,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며, 7개 버스 노선을 조정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강의 지리적 제약과 기상 의존성은 해결되지 않은 근본적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런던 템스강의 성공 모델
런던의 템스 클리퍼스는 연간 960만 건의 이용을 기록하는 성공적인 수상버스입니다. 2020년 우버와 파트너십을 맺은 민간 업체가 운영하지만, 런던교통공사(TfL)가 선착장 인프라를 관리하고 선착장 이용료를 면제해주는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채택했습니다.
성공 요인은 오이스터 카드 완전 통합, 10-20분 간격의 빈번한 운행, 그리고 교통 혼잡 시간대 도로보다 빠른 속도입니다. 특히 트래블카드 소지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해 기존 대중교통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했습니다. 3척의 하이브리드 선박 도입으로 환경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파리와 뉴욕의 대조적 접근
파리 바토무슈는 센강의 9개 정류장을 연결하는 수상버스로, 90% 이상이 관광객입니다. 1일권 23유로의 높은 요금과 파리 대중교통과의 제한적 통합으로 일상 교통수단보다는 관광 상품에 가깝습니다. 연중 운행하지만 동절기에는 운행 시간이 단축되며, 나비고 패스 소지자에게만 소폭 할인을 제공합니다.
반면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는 완전히 다른 모델입니다. 1997년부터 완전 무료로 운영되며 연간 1,670만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여객 전용 페리입니다. 스태튼 아일랜드와 맨해튼을 연결하는 유일한 대중교통으로, 24시간 365일 운행하며 94%의 정시 운행률을 자랑합니다. 뉴욕시가 전액 부담하는 공공 서비스 모델로, 필수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합니다.
시드니, 베니스, 스톡홀름의 혁신
시드니 페리는 2012년부터 민간 위탁 운영으로 전환해 12%의 비용 절감을 달성했습니다. 연간 1,530만 명이 이용하며, 오팔 카드로 완전 통합되어 60분 내 환승 시 2달러 할인을 제공합니다. 성과 기반 계약으로 95% 신뢰도 목표를 설정하고, 미달성 시 재정 패널티를 부과하는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베니스 바포레토는 9.5유로의 높은 단일 요금으로 관광객 수요를 조절하면서, 거주민에게는 1.3유로의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이원화 전략을 택했습니다. 아쿠아 알타(대조 시 침수) 상황에서도 운항 경로를 조정해 서비스를 유지하는 회복력이 특징입니다.
스톡홀름은 혹독한 겨울 날씨에도 연중 운행을 보장하는 쇄빙 기능을 갖춘 하이브리드 전기 페리를 2019년부터 도입했습니다. 25cm 두께의 얼음을 뚫고 운항할 수 있으며, 연간 430만 명이 이용합니다. 스톡홀름 카운티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 서비스 모델로, 2040년 무화석 연료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강버스가 나아갈 길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성공적인 수상 교통의 핵심은 통합성, 신뢰성, 명확한 정체성입니다. 런던처럼 기존 교통 시스템과 완벽하게 통합하고, 뉴욕처럼 24시간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드니처럼 성과 기반 운영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한강버스는 현재 선착장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마곡역, 잠실역, 압구정역을 잇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따릉이 거치대를 각 선착장에 30대씩 설치했습니다. 특히 여의나루역은 도보 4분 거리로 접근성이 가장 좋으며, 옥수역과 뚝섬역도 지하철 직접 연결로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근본적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첫째, 출퇴근 시간 15분 간격 운행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둘째, 기상 악화 시에도 최소한의 서비스를 유지할 대안이 필요합니다. 셋째, 연간 1,500억원 적자를 줄일 수익 모델 개선이 시급합니다.
지속가능한 수상 교통을 위하여
한강버스가 수상택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관광과 교통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런던의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참고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스톡홀름처럼 기술 혁신으로 기상 제약을 극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대중교통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1조 7,500억원이 투입된 한강버스는 이제 갓 출발했습니다. 첫 주의 시행착오는 개선의 기회입니다. 해외 성공 사례가 보여주듯, 수상 교통은 도시의 새로운 동맥이 될 수 있습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교통 혁신을 이끌 것인지, 또 하나의 값비싼 실험으로 끝날 것인지는 앞으로의 운영 개선에 달려있습니다.
